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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뷰] 시집 <가능주의자>로 대산문학상 수상, 문예창작학과 나희덕 교수 날짜 2023-01-03 조회수 4845
작성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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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상을 수상하셨지만 얼마 전 '대산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정말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올해 발간된 수많은 시집 중 최고의 시집을 내신 시인으로 선정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고의 시집은 아니고요. 코로나 시절 모두들 힘든 나날을 보내는 동안 저도 시인으로서 암중모색하면서 이 시집의 시들을 썼는데요. 과분한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감사하면서도 시 쓰는 동료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대산문학상 수상이 제게 뜻깊게 느껴지는 건 특정한 출판사나 시인의 이름을 넘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상이라는 점이에요. 제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주신 문예창작학과 동료 교수님들과 가족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가능주의자>에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시가 많습니다. 장기수, 광주사태, 제주4.3사건, 세월호 참사, 지구 온난화, 자연과 바이러스의 역공, 핵의 위협, 동물 착취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면서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강인합니다.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주시하면서 느낀 바가 있으신지, 혹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회 문제를 말하는 목소리가 강인하다고 느낀 것은 어떤 주장을 강하게 한다거나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얘기하신 문제들을 포함해 사회적 재난이나 고통스러운 현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요..지난 시집 <파일명 서정시> 이후로 저는 개인적 감정이나 경험보다 그런 절박한 문제들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운다고 하면서도 왜 이렇게 바뀌지 않고 같은 일이 반복될까.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 또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나 법안은 왜 마련되지 않을까.’ 이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요. 갈수록 이웃이나 사회에 좀더 관심을 갖고 그걸 자신의 문제로 느끼는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해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나 시스템 때문이겠지요. 그런 시대라고는 해도 개인의 일상이나 내면만 들여다보는 건 시인으로서 직무 유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사람이 ‘무엇도 가능하지 않은 이 시대’에서도 결실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시 <가능주의자>와, <가능주의자>로 수상하신 작가님을 보며 희망을 얻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능주의자’라는 말이 좀 낯설죠? 제가 만든 말이에요. 많은 사람이 얼핏 시집 표지를 보고 ‘기능주의자’로 읽곤 하던데요. ‘기능주의자’와 ‘가능주의자’라는 말은 정말 점 하나 차이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고 대립적이기까지 해요. 기능주의자는 기존의 체제나 시스템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기에게 부과된 부분적 기능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가능주의자는 지금의 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지니고 좀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손쉬운 낙관이 아니라 현실의 불가능성 속에서도 희미한 가능성을 찾고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려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요. “어둠의 빛”이라는 표현처럼, 현실의 어둠에 천착하면서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이끌어내는 사람, 공동체적인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그런 뜻이 포함된 거죠.

 

 

 

 

 

 

이제 곧 학교에도 신입생들이 들어올 텐데요. 교수님께서 오시고 매년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 문예창작학과 신입생들과 부푼 꿈을 안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발 디딜 다른 학과 신입생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수시 면접을 하면서 보니까 올해도 아주 창의적이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닌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서 기쁘고 신입생들이 기다려져요. 우리 대학이 최근 대학 평가 등에서도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고, 올해는 국립대 중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자리매김을 했지요, 이 대학에 근무하는 저로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렇게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고,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들도 단순히 이론과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와 가치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주시지요.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한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전공에만 국한해서 앎이나 실천을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전공 분야의 지식이나 자격증 같은 게 중요했다면, 요즘은 서로 다른 지식이나 관점을 어떻게 새롭게 결합해내느냐, 그걸 통해 자기만의 생각이나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수업도 다양하게 들어보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비롯해 학생들이 직접 전공을 설계하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또 학생이라면 졸업 전까지는 학교 밖의 현실에 대해서는 관심을 유보한 채 살아도 된다고 흔히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지역사회라든지 자신과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야말로 전공 지식만을 쌓는 기능주의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타자의 삶을 함께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주의자, 삶의 능동적 주인이 되면 좋겠어요.

 

 

- 취재 및 기사작성: 홍보기자 윤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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