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선 경상일보 2023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서 당선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과분한 행운이라 무서운 마음도 있었고, 전달 과정에 실수가 있어서 취소되는 건 아닐까 허무맹랑한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좀 실감이 나요. 요즘은 단막극전을 준비하며 연극하는 삶을 살겠다는 꿈에 가까워진 것 같아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당선작 <두더지 떼>는 어떤 작품인가요?
<두더지 떼>는 주거지를 잃고 땅굴을 파는 사람들과, 고된 노력 끝에 건물을 짓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지상에서 내리꽂은 막대가 지하 땅굴을 관통하면서 서로를 인식하고 각자의 손익을 따지며 최후의 선택을 하죠. 제목은 좀 직관적으로 지었는데요. 극 속에서 지하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두더지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지상의 사람들은 그들을 ‘두더지 떼’라고 칭해요. ‘가족’은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단어이지만 ‘떼’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상의 사람들은 지하의 사람들을 비인간으로 여길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더지 떼’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Q. 주거할 곳이 없어 땅에 굴을 파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주거 문제가 현대인들의 큰 숙제가 된 지금, 마찬가지로 주거 걱정을 하며 지내는 현대인인 저 역시 몰입해서 읽었는데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으신 바가 확실한 것 같아 이 작품을 쓰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으신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몰입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사회에 만연한 주거 불안에 관해 쓰고 싶었어요.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삼대 요소로 의식주가 꼽히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게는 ‘주’의 역할이 가장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나의 집, 나의 방, 내가 마음 놓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 무척 심했어요. 항상 빼앗기거나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졌고, 평생의 목표가 집이 되어버리는 현실이나 집의 형태로 드러나는 격차에 무력감이 들기도 했고요.
동시에 기후변화와 과도한 공사 등으로 서식지를 빼앗기는 동물들을 봤어요. 본가가 숲속에 있는데, 몇 년 동안 주택단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산이 벌목으로 벗겨지고 있었죠. 이른 아침부터 새소리가 들리던 숲이 황량하고 거칠어졌어요. 인간들의 거주지가 생기는 만큼 동물들의 살 곳이 사라지던 장면이 제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 썼던 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인가요?
작품을 통해 가장 먼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많은 존재가 돌아갈 곳도 모른 채 돌아가려 한다’는 것이에요. 누군가를 지목하고, 탓하고, 해결책을 요구하기 전에 그 현실 자체를 극에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을 배경으로 삼은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두려웠는데요. 이 두려움은 극을 쓰는 한 선배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들도 스스로 내고 있는 목소리를 대변하려 애쓰지 말자, 상처가 될까 겁내지도 말자. 우리는 모든 약자를 대변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사회에 상처를 내는 방식을 택하자.’ 이렇게 이야기 해주셨거든요. 이 말을 계속 되뇌며 글을 쓰고 있어요. <두더지 떼> 역시 마찬가지이고, 앞으로 쓸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Q.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어떤 것일까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 만큼 학과 수업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희곡뿐만 아니라 시, 소설, 비평 등 여러 장르의 수업을 들으며 내게 맞는 작법을 찾게 되었고, 수업에서 다룬 소재나 학우의 합평이 영감이 되어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 적도 많아요. 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졸업을 앞둔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과도하게 학과를 애정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진심이에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고 계속 쓸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진심으로 합평에 임해준 학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늦은 시간에도 줌을 켜고 희곡 리딩에 도움을 줬던 동기들에게도요!

Q.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는 후배분들이나,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중인 서울과기대 학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을 쓰다 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불만족스럽고 창작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날도 있죠. 저 역시 ‘아무것도 못 쓸 것 같다’는 괴로운 감정을 자주 느끼는데요. 그럴 때일수록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에 한 문단이라도, 한 줄이라도, 오늘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일기라도 쓰는 것이요. 너무 지루한 답변 같지만 비축해둔 문장들은 필히 빛을 발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글자는 부패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창작을 응원하겠습니다. 또 만나요!